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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송금할 때 수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에서 거래할 때 내는 '가스비'는 왜 필요한 걸까요? 2025년 들어 이더리움 가스비는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덴쿤 업그레이드로 인해 평균 가스비가 95% 감소했고, 앞으로 2년 안에 1센트(13원)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입니다. 이런 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가스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토큰 이코노미와의 관계, 그리고 최신 업그레이드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실질적 혜택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가스비의 본질과 작동 원리 – 블록체인 컴퓨터의 연산 비용 이해하기
이더리움을 하나의 거대한 세계 컴퓨터라고 상상해 보세요. 이 컴퓨터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수만 명의 사용자 요청을 처리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 토큰 전송, NFT 거래까지 모든 작업이 이 컴퓨터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무료 점심은 없듯이, 이런 연산 작업에는 비용이 따라야 합니다.
가스(Gas)는 연산량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거리에 따라 휘발유를 소모하듯이, 블록체인에서는 연산 복잡도에 따라 가스를 소모합니다. 간단한 ETH 송금은 21,000 가스를 사용하지만, 복잡한 DeFi 거래는 수십만 가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실제 수수료 = 가스 × 가스 프라이스 (gwei 단위)
• 1 gwei = 0.000000001 ETH, 네트워크 혼잡 시 가스 프라이스 상승
• 현재 블록 가스 한도: 약 3,000만 가스 (12초마다 생성)
그렇다면 왜 이런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할까요? 첫째, 스팸 공격 방지입니다. 수수료가 없다면 악의적 사용자가 무의미한 거래로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자원 배분의 효율성입니다. 정말 필요한 거래에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게 함으로써 네트워크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듭니다.
이더리움의 가스비 모델은 경매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사용자들이 더 빠른 처리를 원할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채굴자(현재는 검증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거래를 우선적으로 처리합니다. 이는 네트워크 자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장 메커니즘입니다.
ETH와 토큰 이코노미 – 연료에서 디지털 자산으로의 진화
ETH는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닙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연료'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 성격이 ETH만의 독특한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냅니다.
가스비 지불은 ETH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합니다. DeFi가 성장하고 NFT 거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ETH가 가스비로 소모됩니다. 2021년 DeFi 붐이나 NFT 열풍 때 ETH 가격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수요 증가였습니다.
• 매일 수천 개의 ETH가 소각됨(burn) → 희소성 강화
• 현재 약 3,200만 개 이상 ETH가 스테이킹되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음
• 이것이 공급량 감소와 장기 가치 상승에 기여
스테이킹 시스템도 토큰 이코노미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현재 약 3,200만 개의 ETH(전체 공급량의 약 27%)가 스테이킹되어 있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테이킹 참여자들은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는 대가로 연 3-5%의 보상을 받습니다.
이런 메커니즘들이 결합되면서 ETH는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을 때는 소각되는 ETH가 새로 발행되는 ETH보다 많아져 전체 공급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ETH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가스비가 너무 저렴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사용자들에게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ETH 소각량 감소와 스테이킹 보상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더리움이 해결해야 할 '트릴레마(확장성, 보안성, 탈중앙성의 균형)' 문제의 핵심입니다.
2025년 달라진 이더리움 – 덴쿤 업그레이드가 가져온 혁신과 실용 팁
2024년 3월 실시된 덴쿤(Dencun)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EIP-4844 프로토 댕크샤딩의 도입으로 레이어2 솔루션들의 거래 비용이 10-100배 감소했습니다.
• 블롭(blob) 데이터 저장 공간 도입 → L2 거래 비용 대폭 감소
• 아비트럼: $1.5 → $0.02, 옵티미즘: $1.8 → $0.03
• 블롭(blob) 크기: 128 KB, 저장 기간: 약 18일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는 어떻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요? 첫째, 레이어2 솔루션 활용입니다. 아비트럼, 옵티미즘, 폴리곤 등의 레이어2에서는 메인넷과 동일한 기능을 90-99%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요 DeFi 프로토콜들이 이미 레이어2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스비 타이밍 최적화입니다. 이더리움 가스비는 시간대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시간 새벽 2-6시(미국 오후 시간)에는 가스비가 30-50% 저렴합니다. 급하지 않은 거래라면 이 시간대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가스비 모니터링 도구 활용입니다. Etherscan Gas Tracker, GasNow, ETH Gas Station 등의 사이트에서 실시간 가스비를 확인하고 최적의 거래 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스 프라이스를 수동으로 조정해서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습니다.
이더리움 가스비 문제에 대해 다른 블록체인들은 어떤 접근을 했을까요? 각기 다른 철학과 기술적 선택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블록체인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더리움 가스비 문제에 대해 다른 블록체인들은 어떤 접근을 했을까요? 각기 다른 철학과 기술적 선택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솔라나(Solana)는 가장 공격적인 접근을 택했습니다. 평균 거래 수수료가 0.000005 SOL(1센트 미만) 이더리움 가스비에 대한 모든 것로, 이더리움 대비 수백 배 저렴합니다. 이는 높은 처리 속도(초당 65,000 거래)와 효율적인 합의 메커니즘(Proof of History)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네트워크 중단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폴카닷(Polkadot)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파라체인 경매를 통해 슬롯을 획득한 체인들은 해당 기간 동안 거의 무료로 메인 릴레이체인의 보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DOT 토큰을 락업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대신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 알고랜드(Algorand)와 니어(NEAR)는 예측 가능한 고정 수수료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네트워크 혼잡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수료를 유지하여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극한 상황에서 스팸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코스모스(Cosmos) 생태계의 각 체인들은 자체적으로 수수료 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 매우 다양한 모델이 공존합니다. 어떤 체인은 거의 무료이고, 어떤 체인은 이더리움과 유사한 경매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각 블록체인마다 서로 다른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보안성과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도 확장성을 높이려는 균형잡힌 접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안에 가스비가 1센트(13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더리움 생태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저렴한 거래 비용은 더 많은 사용자와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가스비가 너무 저렴해지면 이더리움에게 손해 아닌가요?
A: 단기적으로는 ETH 소각량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용자 유입으로 인한 거래량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레이어2 활성화로 메인넷의 정산 역할이 강화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Q: 레이어2에서 거래하면 보안성이 약하지 않나요?
A: 레이어2 솔루션들은 최종적으로 이더리움 메인넷에 거래 내역을 정산하므로 메인넷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성을 제공합니다. 다만 각 레이어2마다 약간의 기술적 차이가 있으니, 사용하기 전에 해당 프로토콜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다른 블록체인이 이더리움을 대체할 수 있나요?
A: 각 블록체인마다 고유한 장단점이 있어 완전한 대체보다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더리움은 가장 큰 개발자 생태계와 DeFi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의 차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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