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속 핵심 규정 해부 – 인가제, 스테이블코인, 투자자 보호, 감독기구
지난 편에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과 규제의 완충지대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속 핵심 규정들을 직접 들여다봅니다. 그동안 시장은 “누구나 발행, 아무나 운영”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책임 있는 발행, 안전한 관리”로 바뀌려 합니다. 결국 핵심은 내 돈을 더 안전하게 지키고, 기업은 신뢰 기반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인허가제의 등장 — 무법천지에서 안전검사 시대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구나 거래소를 열 수 있었고, 토큰을 발행하는 데 큰 제약이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테라 루나 붕괴입니다. 불과 며칠 만에 수십조 원이 증발하며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죠. 이런 사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누가 발행했는지, 어떤 구조인지”를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제 단순히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었던 특금법 체제를 넘어, 정부가 직접 심사하는 인허가제를 도입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 보안 인력 배치, 해킹 대응 능력까지 갖춘 기업만이 정식 사업자로 설 수 있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그동안은 아무나 버스 회사를 차릴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안전검사를 통과한 회사만 운행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셈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 선택 시 “이 회사 믿어도 되나?”라는 고민이 줄어들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문턱은 높아지지만 국제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게 되어 기관 투자자나 은행과의 협력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 1:1 보장의 진짜 의미
“1달러=1코인”이라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테더(USDT)는 달러 100% 보유를 주장했지만, 일부는 채권이나 다른 자산으로 담보를 채운 사실이 드러나며 시장 불신을 불러왔습니다. 더 극단적인 사례가 테라 USD입니다.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 가치를 유지하려 했지만, 설계가 무너지자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었죠.
새로운 법은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100% 현금성 준비금을 요구합니다. 은행에 예치된 자산과 발행 규모가 일치하는지 매일 점검하고, 제3자 회계법인이 정기적으로 감사를 진행합니다. 또, 이용자가 환매를 원하면 24시간 안에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는 이제 “내가 보유한 100만원어치 스테이블코인이 정말 100만원 현금과 맞바꿀 수 있나?”를 발행사가 아니라 정부가 대신 확인해주는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투자자 보호 — 거래소가 망해도 내 돈은 따로
투자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쓰는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 내 자산은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거래소가 선의로 보상해주지 않는 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었습니다.
법안은 이 부분에서 큰 변화를 만듭니다. 거래소는 앞으로 고객 자산을 회사 자산과 완전히 분리해 보관해야 하고, 반드시 해킹·장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거래소가 정말 고객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블록체인에서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Proof of Reserve(보유 증명) 시스템도 도입됩니다.
즉, 거래소가 파산해도 고객 자산은 별도로 분리되어 보호되며, 보험을 통해 1차 보상이 이뤄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무너지면 내 돈도 같이 날아간다”는 불안에서 벗어나게 되는 셈입니다.
감독기구 — 신고할 곳, 책임질 곳이 명확해진다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과학기술부 등 여러 기관이 얽혀 책임 소재가 모호했습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 문제를 정리합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가칭)가 설립되어 정책 수립과 인허가 심사를 맡고, 금융감독원에는 디지털자산 전담 부서가 신설됩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전용 신고 창구를 통해 문제를 접수할 수 있고, 감독기관은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불법 거래나 자금세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됩니다. 신고 후 “관할 부서가 어디인지 확인 중입니다”라는 답변 대신, 72시간 내 1차 대응이 가능한 구조가 되는 겁니다.
특금법과 무엇이 다른가요?
많은 분이 “이미 특금법이 있는데 왜 또 필요하지?”라고 묻습니다.
특금법은 사실상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임시방편에 가까웠습니다. 거래소 신고제를 통해 최소한의 질서를 세운 수준이었죠. 반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까지 포괄하는 종합 법체계입니다.
특금법이 “나쁜 짓 하지 마라”는 소극적 규제였다면, 기본법은 “이제 디지털자산도 금융상품처럼 책임 있게 다뤄라”라는 적극적 규범입니다. 한마디로, 임시 방편에서 제도권 편입으로의 전환입니다.
마무리:더 안전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결국 더 안전한 시장,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장치입니다. 거래소는 더 이상 아무나 운영할 수 없고, 스테이블코인은 허공에서 만들어질 수 없으며, 투자자 자산은 회사와 철저히 구분되어 보호됩니다.
물론 규제 강화로 불편함과 비용은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라 루나 사태, FTX 파산 같은 사건들을 떠올리면, 이제는 “조금 불편해도 안전한 시장이 낫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Q&A : 자주 묻는 질문
Q1. 규제가 강해지면 코인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시장 정리 과정에서 변동성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관 투자자 유입, 해외 자금 유치 등으로 더 건전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미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결과적으로는 시장이 더 커졌어요.
Q2. 소규모 거래소들은 다 문 닫는 건가요?
.모든 곳이 문 닫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본금, 인력, 시스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곳들은 M&A나 사업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한 곳들만 살아남는 셈이죠.
Q3. 해외 거래소(바이낸스 등)는 어떻게 되나요?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려면 동일한 허가를 받아야 해요. 받지 않으면 접속 차단, 광고 금지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개인이 해외에서 직접 거래하는 건 별개 문제예요.
Q4. NFT, 게임 토큰도 규제받나요?
용도와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단순 수집용 NFT는 예외일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 목적이나 유틸리티가 있는 토큰들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입니다.
Q5.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하게 되나요?
A. 준비금 관리·감사·환매를 감당할 수 있는 은행·증권·빅테크 컨소시엄 등 신뢰 가능한 주체가 유력합니다.
다음 5편에서는 투자자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게 될 세금 문제(상속세·증여세·양도소득세)를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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